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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6-30 14:02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기
 글쓴이 : 대표자
조회 : 4,370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기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 여자는 눈물이 많아졌습니다. 사랑에 대한 환상이나 미련을 버리고 사랑에 대한 문을 다 닫아걸었을 때쯤 나타났던 그 사람. 그렇게 굳건하게 잠근 마음의 빗장을 쉽게 풀고 그 여자의 가슴속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온 그 남자는 어느 날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요. 난 사람을 처음 알게 되면 마음 속으로 이 사람과는 어떤 사이가 되겠다 그렇게 선을 그어놓곤 해요. 내가 처음에 정한 만큼의 관계를 넘어서 본 사람이 없었는데, 당신에게서는 그게 잘 안돼요." 그렇게 말한 지 한 달 쯤 지났을 때 겨울 안개가 자욱한 밤에 그는 말했습니다. "나는 당신을 위해서 죽을 수 있어요. 이 말은 내가 당신을 위해서 살겠다는 뜻도 돼요. 내가 너무 지나치게 몰입해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해 봤는데 몇 번을 생각해 봐도 똑같아요. 난 당신을 위해서 죽을 수 있어요. 그리고 당신을 내 욕심으로부터도 보호해 줄께요.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에 속된 내 욕심이 끼어들지 않도록 보호해 줄께요."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고 당신을 위해서 죽을 수 있어요 라고 말해준 사람. 가슴을 떨면서 그 말을 들었던 그 여자는 그 밤에 자욱하던 안개가 걷히면 그 말이 사라질까봐 두렵기도 했습니다. 그 여자는 그에게 보낸 편지에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 이렇게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해서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랑할 수 있을 때 절제하라는 생각이 더 굳은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랑이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내면 사랑이 흔적없이 사라져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굳게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의 행동이나 표현은 더 없이 사랑에 충실한 사람임을 충분히 느끼게 하면서도, 마치 신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기 내기라도 한 사람처럼 결코 사랑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함께 따라 죽고 싶어서 몸부림치는 애틋한 사랑의 마음도 6개월이면 사라지는 거라고 어느 의사가 이야기해 준 것을 그 여자는 기억합니다. 사랑이란 그렇게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희미해져 가는 것일까요? 언제부터인가 그 여자는 처음 같지 않은 사랑의 모습이 힘들어졌습니다. 결코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 그 남자. 마치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시선처럼 멀고 담담하기만 한 그 남자를 견디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어느 날 그 여자는 편지를 썼고 그 안에 표현하지 않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라는 자신의 생각을 적었습니다. 그 남자에게서 보름쯤 후에 답장이 왔습니다. "세상에는 사실이지만 진실은 아닌 일이 많습니다.그대에게 결코 사랑한다고 말로 표현한 일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요? 그건 사실이지만 진실은 아닌 것입니다. 사랑은 언제나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나의 울타리에 가두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 일은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보다 더 어려워요. 표현하지 않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나는 오랜 세월을 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것이 내 삶의 목표가 되고 이유가 될 것입니다. 내가 이승의 삶을 다 마칠 때까지도 그대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기회를 갖지 못하더라도 좋습니다. 어쩌면 나는 그대에게 그 흔한 사랑을 말로 하지 않고 일생 동안 천천히 성취해 가는 것으로 보여주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은 채로 그대를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은 채로 한 사람을 평생 사랑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은 남자. 그의 사랑법에 비하면 그 여자는 얼마나 속이 좁았던 것일까요. 그 여자는 편지를 받고 새삼 사랑의 지평이란 얼마나 드넓은 것인가를 생각했습니다. 어는 한 순간에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다 보여주고 마는 시한부 사랑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고서도 생을 걸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사람, 그 사람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그 여자는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멀리 보고 오래 헌신할 수 있는 사람으로 그렇게 자신도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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